
감독 : 세피데 파르시 (Sepideh Farsi)
각본 : 세피데 파르시 (Sepideh Farsi)
출연 : 세피데 파르시 (Sepideh Farsi), 파티마 하수나 (Fatima Hassouna)
상영시간 : 113분

이 다큐멘터리 영화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다’는 2025년 제작된 작품으로, 감독 세피데 파르시는 직접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프랑스에 거주하며 카메라 대신 영상 통화로 한 젊은 여성과 소통해 나갑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가자지구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온 사진기자 파티마 하수나가 있습니다.
영화는 감독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가자지구로 들어가려 하지만 입국이 거부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대신 온라인 영상통화를 통해 가자의 일상과 전쟁의 현실을 포착해 나갑니다. 하수나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사진과 영상 통화로 담담하고도 용감하게 기록하며, 그 기록은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하수나는 폭격과 군사 작전이 일상화된 지역에 거주하며, 자신과 주변인들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를 직접 보여줍니다. 영상통화는 종종 끊기고 화면이 흐려지며 연결 상태는 불안정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바로 현실의 초상입니다.
감독 파르시는 그런 하수나의 목소리를 화면 너머에서 지켜보며 질문을 던지고,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자신의 삶과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영화는 전쟁 피해자들을 단순한 피해자로 보기보다는 주체적인 존재로 재구성합니다.
하수나는 영상통화를 통해 이런 말을 합니다. “밖으로 나갈 때마다 나는 영혼을 손에 올려놓고 걷는다.” 이 문장은 영화의 제목이자 이 작품이 담고자 한 태도의 핵심이 됩니다.
이 기록은 단순히 비극을 보여주는 것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희망과 저항, 일상 속의 순간들, 그리고 그 속에 스며 있는 인간의 연대감이 함께 흐릅니다. 카메라는 멀리 있지만, 영상통화와 사진을 통해 관객은 가자의 그늘 속에도 살아있는 일상과 꿈, 웃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작품이 특히 인상적인 점은 하수나가 다큐멘터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대화를 나누는 파트너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의 통화 장면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지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진실함을 증폭합니다. 연결이 끊겼다 다시 이어지고, 화면이 멈추고 흔들릴 때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느끼게 됩니다.
영화 속 통화 장면은 가자에서의 폭격이나 단순한 뉴스 이미지와는 다른 울림을 줍니다. 하수나가 자신의 사진기를 들고 촬영한 폐허의 거리, 그 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웃을 수 있었던 순간들, 친구의 죽음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모습 등은 화면 너머에 있는 현실을 좀 더 입체적으로 전해 줍니다.
관객으로서는 이러한 장면들 앞에서 묵직한 감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분노, 슬픔, 안타까움이 차곡차곡 쌓이지만, 그 속에서 힘차게 살아내려는 한 젊은 여성의 선택이 더 오래 남습니다. ‘살아있음’ 그 자체가 얼마나 강렬한 저항이 될 수 있는지를 이 영화는 조용히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감독’과 ‘피촬영자’의 관계가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르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파르시는 촬영 현장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하수나의 목소리와 화면에 귀 기울입니다. 이는 관객에게 더욱 깊은 신뢰감을 줍니다. 화면 속 하수나의 미소는, 폭격이 울리는 동안에도 “나 여기 있어요, 이야기를 이어갈게요” 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시각적 측면에서도 흥미롭습니다. 영상이 흔들리고 화면 해상도가 낮더라도 그 흔들림이 곧 현실의 반영이 됩니다. 감독은 이러한 ‘흠집 있는 기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선택했습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거창한 연출 없이도 힘을 발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기록영화로서의 기능을 넘어선다고 느꼈습니다.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하나의 증언이며 기억이며 약속입니다. 하수나의 죽음 이후 이 영화는 그녀의 삶을 담은 타임캡슐처럼 작용합니다.
이 영화를 마주하는 것은 관람 이상의 경험입니다.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먼 지역의 전쟁을 소비하는 대신,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나는 여기 있어요, 나는 살아내요” 라고 말할 때, 그 말은 우리 마음속에 천천히 스며듭니다.
이 영화가 보여준 ‘연결’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남습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상통화 한 통이 만든 연결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다는 사실이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재난과 폭력이 일상인 지역에서도 누군가는 손을 내밀고, 누군가는 그 손을 잡아주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현장의 참상을 단순히 보여주는 대신, 우리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지 질문 던집니다. 머릿속 숫자와 통계가 아니라 ‘이름’을 기억하고 ‘얼굴’을 마주하고 ‘목소리’를 듣는 것이야말로 삶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끝으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다 허물어져가는 곳에서도 인간이 얼마나 빛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화면 속의 하수나는 폭격이 지나간 잔해 위에서도 미소 지을 수 있었고, 그 미소는 폭격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그리고 그 미소가 기억될 수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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